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0416 "마음 밭에 심긴 이야기"

언젠가 고등학교동기 인터넷 대화방에 20대 중후반에 세상을 떠난 한 친구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그가 자살한 것 같다, 자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전교1등이었던 그 친구는 공부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 번은 수업 시간에 슬그머니 없어졌는데, 학교 옆 산에 올라 시를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쇼펜하우어, 사르트르를 읽다가 선생님께 혼난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비상하고 생각이 깊었습니다. 내가 문학과 철학에 그나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친구의 덕입니다. 서로 친하게 되자 나는 그에게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예수님은 존경하지만 교회는 싫다하며 그 이유를 정색을 하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터 그에게 교회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친구만큼은 너무 자기 주관이 강하여 예수님을 믿기 힘 들겠다하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후에 그가 불쑥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당장 내가 다니는 교회로 인도했습니다. 성경공부도 하고 청년부 활동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청소년부 교사도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는데, 학교에 기독동아리를 만들어 지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군대에 갔다와보니 그의 신앙심은 더욱 깊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시철이 막 지나고, 고3 담임으로 학교 업무가 과중했는지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급성백혈병이었습니다. 나는 병상 옆에 앉아 친구를 위해 성경을 읽어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버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는 결국 천국을 바라보며 꽃다운 나이로 이 세상과 작별을 했습니다.

나는 동기대화방에 그 친구가 어떻게 20대를 살았으며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를 자세히 썼습니다. 사실 동기들이 고등학교 때 본 그 친구의 모습은 천재성을 가진 염세주의 철학자, 바로 그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의 모습만 보면 그가 자살했을 거라는 추측을 자연스럽게 할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가 예수님을 만나 얼마나 밝고 멋진 20대의 시간을 보냈는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비록 서툴고 많이 부족했지만, 내가 진심으로 건넨 전도의 말 한 마디가 친구의 마음 밭에 심겨져 시간이 되어 구원의 싹을 틔웠다고 믿습니다. 왜 그리 일찍 그를 부르셨는지는 잘 모르나, 분명한 것은 친구의 이야기는 늘 나의 마음에 살아있고, 아직 예수님을 믿지 않는 동기들의 마음 밭에 심겨져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04-13 15:10
조회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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